새해 첫날부터 드라마를 보느라 해를 넘겨 거의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저녁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늦은 시각에 방영을 하는 경우는 드문 일인데요. "옷소매 붉은 끝동"은 처음부터 챙겨 본 드라마는 아니고 중간부터 가끔씩 보다가 12화? 정도부터 정주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자료
결말 부분에 대해서만 조금 기록하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이산은 덕임을 곁에 두고 싶어 결국 승은(?)을 내리고 고민하던 덕임은 운명이라고,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 듯 이산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 들입니다. 비극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입니다. 자유까지는 아니더라도 본인의 생각과 의지를 따라 살아가고 싶었던 궁녀인 덕임은 이제 정식 품계를 받은 후궁이 되어 궁궐 속에 갇혀 버리게 됩니다. 이산은 항상 대의가 먼저인 사람이었습니다. 덕임의 친구라 할지라도 궁궐의 법도를 어겼기에 죽음으로 죄를 씻게 합니다. 그런 이산인데 덕임을 곁에 두려는 행동 자체가 본인 정체성에 위배되는 행동이 아니었을까요.
이산은 "당위"의 세상에서 살아가야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젊은 시절 삶의 과정이 치열한 생존 경쟁이었기에 인간 이산으로서의 감정은 철저히 죽이고 살았습니다. 왕실과 신하들에게 어엿한 왕으로 인정받고 또 매 순간이 그것을 증명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성덕임, 그녀만은 세자 시절부터 마음대로 되지 않았건만 왕이 되어서도 도무지 원하는 대로 되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점, 이 세계의 논리로 이해되지 않았던 그 점이 이산이 겨우 숨쉴 수 있게 해주는 통로였지 않았을까요. 이성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 바로 사랑말입니다.
행복했던 시절
위 그림이 바로 덕임이 원하던 삶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저 평범한 궁녀로, 가끔 친구들과 함께 모여 웃고 떠들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삶. 그런 덕임의 진심을 모르는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건지 이산은 덕임을 지킨다(?)는 미명하에 그녀를 빗장에 가두게 됩니다. 그리고 숨막혔던 궁궐 생활에 서서히 지쳐가다 결국 자식과 친구의 죽음을 겪게 되며 삶의 끈을 놓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산도 이런 삶을 원했다.
드라마 말미에 이산이 덕임의 무릎을 베고 자던 시절로 돌아가는 회상씬이 나옵니다. 그곳에서 이산의 본심이 나옵니다. "당위"의 세계에서 벗어나 인간 이산, 덕임을 사랑하는 한 남자로서의 삶을 선택하는데요. 덕임이 그 전에 물었던 질문이 있습니다. "왕과 궁녀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그 질문에 이산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선을 긋습니다. 그때는 이산 자신도 본심을 몰랐던 것입니다. 왕이며 권력이며 다 머리아프고 귀찮은 일,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웃으며 살아가고 싶은 것. 그걸 원하고 있었으면서도요.
돈과 권력(이젠 돈=권력이니 따로 표현할 필요는 없지만)이 어느 정도 있으면 생활이 편리할 수는 있습니다. 불편한 일이 생겼을 때 돈, 혹은 권력으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두 가지는 가지면 가질 수록 더 갖고 싶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적당히 가지면 좋지 않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적당히"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1억보다는 2억이 좋고, 2억보다는 5억, 10억이 더 좋고. 그리고 사원보다는 팀장, 부장이 좋고 이왕이면 이사도 좋고.
저는 돈이든 권력이든 혹은 그 외의 것들도 모두 행복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단도 물론 필요하지요. 그렇지만 목적을 제쳐두고 수단만 좇게 되는 삶을 경계합니다. 2022년도에는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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