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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책

드라마 호텔델루나 후기(장만월 아이유 구찬성 여진구)

by 내집 마련 2022.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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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델루나 마무리하며.

호텔 델루나를 보면서 저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됩니다. 총16부작의 드라마 한 편이 갖고 있는 영향력이 책 한권 못지 않게 크다는 것과 요즘 느끼는 무기력함, 공허에 대한 해답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 들어가며

호텔 델루나는 원한이 있어 이승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귀신들이 묵는 숙박 업소입니다. 주인 장만월과 직원 김선비, 지현중, 최씨부인도 모두 같은 처지입니다. 이곳에서 본인들의 한을 풀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주인인 장만월은 조금 다릅니다. 한이 너무 깊어 저승으로 가지 않고 원수를 죽이고 그냥 소멸해버리고자 합니다.

드라마 호텔델루나 후기

2. 호텔 델루나와 존재와 시간에 대해

드라마 후반부에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책이 등장합니다. 이 책이 그냥 등장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 짧게 내용을 확인해보았습니다. 어려운 내용이라 유튜브에 쉽게 풀어 설명한 자료를 참고했지요.

 

유명 축구선수인 손흥민을 예로 들어 책에 나오는 개념을 알아보면,

존재자(존재하는 것) 손흥민

존재 (존재하는 방식) 축구선수로 살아가는 것

현존재 (구도자) 나는 왜 축구선수로 살아가는가? 존재를 떠맡아 고민

장만월을 이 공식에 대입해보자면,

존재자 : 장만월이라는 고구려 유민 중 한 사람이 세상에 있다.

존재 : 약탈을 하며 생계를 잇고, 고청명과 연우와 살아간다.

현존재 : 고청명을 죽여야겠다. 그게 내 유일한 존재 이유니까.

호텔델루나후기 장만월구찬성 아이유장만월

호텔 델루나 직원 3인방

드라마에서는 이 책 내용보다는 제목을 차용해서 장만월이라는 "존재"가 "시간"이라는 절대적 흐름을 거슬러 살아가고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호텔 객실 내부에 걸려 있는 사진들을 통해 시청자들도 장만월이 조선시대, 일제시대, 해방 전후 등 모든 시대에 존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장만월 아이유 델루나

만월당에서의 만월과 만월관에서의 만월

3.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인터스텔라

한을 품고 있던 지현중과 김선비, 최씨부인이 차례로 저승으로 떠나고 이제 사장인 장만월만 홀로 남았습니다. 이승에서 한이었던 고청명과의 악연을 끊어내고 그를 저승으로 배웅해주며 더 이상 인간 세계에 있을 이유가 사라진 것입니다. 사장이 호텔 델루나의 마지막 손님이 되었을 때, 인간 지배인인 구찬성은 그녀를 배웅해주기로 합니다.

그리고 다음장면입니다. 어떤 시간인지 무슨 공간인지 알 수 없지만 김선비가 조깅을 하고 있고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최씨 부인, 그녀 앞에서 농구를 하는 지현중이 있습니다. 구찬성은 그곳에 앉아 "존재와 시간"을 읽고 있습니. 그리고 장만월이 다시 그의 곁으로 옵니다.

장만월과 구찬성 재회

어떤 순간에서 마주한 장만월과 구찬성

4. 잡고 있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 보내주기

구찬성은 마음만 먹으면 장만월을 보내주지 않아도 됩니다. 장만월이 다시 마고신이 만든 약주를 마시면 계속 델루나에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구찬성은 그녀를 저승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저승 입구인 삼도천에서, 장만월은 주저하나 구찬성은 그녀를 보냅니다. 왜? 간단합니다. 그녀를 잡고 있는 것은 쉽지만 보내주기는 더 어렵습니다. 그녀를 위한다면 보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말도 안되는 역설이 성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호텔델루나스포

장만월과 구찬성

만해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의 한 구절을 떠올려봅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장만월을 사랑하지만 떠나보내는 구찬성은 장만월을 떠나보낸 것이 아닙니다. 다시 만나기 위해, 더 이상 호텔 델루나에 속박된 장만월이 아닌 평범한 장만월을 만나기 위해 그녀를 보내준 것입니다.

호텔델루나후기 아이유드라마후기

장만월을 보내주는 구찬성

5. 이생규장전과 호텔 델루나

이생규장전은 한국의 고전 소설의 원류인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수록된 한문소설 중 하나입니다. 인간과 귀신의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이생은 최랑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혼인을 하나 전쟁 중 최랑을 잃게 됩니다. 귀신인 것을 알지만 그녀와 해로하다가 그녀가 저승으로 떠나자 곧 자신도 따라간다는 내용입니다.

송도에서 재회하는 델루나 사장님

구찬성과 장만월의 재회장소 -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다.

호텔델루나의 장만월 사장은 엄밀히 따지면 귀신은 아닙니다. 죽은 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죽지 못했기 때문에 저승과 이승의 경계에 있는 것=호텔 델루나 그 자체일 수 있는 것입니다. 

호텔델루나 장만월과 구찬성

김유나와 지현중의 만남 - 파주 출판단지 지혜의 숲이다.

6. 죽음을 생각하다.

저는 재테크 공부를 하면서 늘 "왜 나는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가"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다시 "왜 나는 살아가는가"로 이어지다가 가끔은 "왜 인간은 죽을 수 밖에 없는가"로 귀결되기도 합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삶의 종료입니다. 다시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으로 돌아가 봅니다. 하이데거는 3가지 개념을 이야기합니다.

1. 피투 : 우리 인간 존재는 의지와 무관하게 세상에 던져졌다.

2. 불안 : 낯선 곳에서 우리 모두는 불안하다.

3. 기투 : 죽음(삶의 유한함)을 인지하고 우리를 세상에 던진다.

장만월 패션 장만월모음

장만월의 패션은 생명을 향한 발버둥인가

이 정-반-합의 과정을 거치며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가게 된다고 합니다(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 기억하십니까? 드라마나 영화에서 죽음을 앞둔 인물들이 어느 순간부터(대체로)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변 사람을 용서하고, 혹은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말입니다. 온갖 이해관계에 얽혀 제대로된 삶을 살지 못하다가 이제 마지막을 앞두고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것, 죽음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무한하지 않음을 깨달으면 역설적으로 우리는 주어진 삶을 더 충실하게 살고자 합니다. 성경의 지혜서에서 당대 최고 부자였던 솔로몬은 죽으면서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7. 나가며 - 무한한 삶의 고통스러움

장만월패션

모든 시대에 살았던 장만월

위 장만월의 사진을 보면서 죽지 않기 위해 발악했던 진시황을 생각합니다. 불로초를 찾지 못한 것은 그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 아닐까요. 자신은 살아있는데 사랑하는 연인, 가족, 친구들이 모두 죽고 그들의 자손들이 죽는 모습을 끝없이 봐야하는데 이 얼마나 큰 비극입니까?

마고신은 장만월을 끔찍이도 아꼈습니다. 그래서 장만월에게 죽음을, 끝을 선물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장만월 옆에서 인간 지배인 수십 명이 지나갔지만 그들의 사진을 남기지 않았던 것은 그들에 대한 "망각"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아니었을까요.

호텔 델루나를 통해 다시 한번 인간 삶의 유한함을 깨닫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하고

얻어 먹기보다 지갑을 더 열어주고

사랑을 구하기보다 더 사랑을 해주는 삶의 태도를 생각하고

그것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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